몽리조인 (夢裏遭人) : "꿈속에서 만났던 사람" w. 문조 온통 다크 블루색으로 감싸 안은 방 안에는 다른 가구들이 없는 까닭일까 창가 아래 새하얀 침대 하나만이 외설적인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 위에 동일한 새하얀 잠옷차림으로 다리를 끌어안으며 멍하니 앉아 있던 지민이 끼익 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자신과 마주 보고 있는 양쪽으로 여는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무엇에 이끌리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낡은 침대에서 들리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소름끼친다. 고양이 발걸음처럼 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레 떼며 문 앞에 섰다. 문은 어떤 날카로운 것에 의해 난도질되어 흠집 나있었다. 그 흔한 전등 하나도 없어도 창가의 햇살 때문인지 밝았던 방 안과는 달리 문 밖으로 펼쳐진 복도는 작은 등들이 천장에 일..
[진지]마른 꽃 W. NANO 자신이 제일 뽐낼 수 있는 각자의 고유의 색으로 물든 꽃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말리는 손가락은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생화의 원색이 영롱한 점이 매력적이라면 마른 꽃들은 비록 자신의 색을 잃었다 할지라도 모순된 빛깔을 뽐내며 묘한 이질감으로 인상을 깊게 새겨놓는다. 석진은 저번에 말린 꽃들을 조심스럽게 이미 옆에 준비되어 있던 유리상자 안에 색깔별로 정리하여 넣는다. 바스러지지 않도록. 투명한 유리상자를 통해 보이는 그의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 유리상자를 원래 있던 책꽂이에 다시 올려놓는다. 한 쪽 벽면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책꽂이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책은 1권도 꽂혀있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유리상자가 자기들만의 이름표를 붙이며 상자의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