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슙민] Never Mind화양연화pt2-합작 W. NANO * 작은 숨소리마저 공유했던 남산동의 지하 작업실에서 벗어나 크루 형들과 함께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지도 3년이 지났다. 이름값만큼 겉모습만 번지르르해 보이는 서울은 상상 속의 양지 길이었고 그 시커만 속은 걷기 힘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였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한 줄로 펼쳐 나열하는 것만큼 서울 상경은 힘들었다. 이곳에서 성공이란 단어는 단지 뭣도 모르는 꿈만 꾸는 자들의 입바른 소리일 뿐이었다. 작은 작업실 하나도 구하기 힘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는 무척이나 적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잔인하게도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한 유일한 길은 좌절감에,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BGM - House Of Cards [슈짐]혼자 살아요 w. NANO 지난여름, 녹아내릴 듯한 쨍한 무더위 속에서 잠깐 동안 스쳐 지나간 차가움의 짜릿함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 한적한 동네가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요란스럽다. 경적소리, 큰 목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들과 묵직한 소리 그리고 시끄러운 기계 소리. 몇 달째 비어있던 윗집에 누군가가 이사를 온다고 들었지만 그게 오늘인지는 전혀 몰랐다. 시끄러운 소음에 잠을 자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일으키는데 기분 나쁜 찝찝함이 훅 치고 들어왔다. 밤새 땀을 흘렸는지 등 뒤를 만져보니 축축했다. 새하얀 침대보 위 누운 흔적이 보이는 곳에는 윤곽으로도 축축하게 젖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난하게 더위가 지나갔던 작년 여름과는 달리 올여름은 작년 몫..
[슈짐/슙민] 애의(哀意) 애의(哀意) : 슬픈 뜻. w. 1cent 내가 피아노를 치게 된 이유는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다. 어릴 적의 나는 피아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는 자고로 멋있는 태권도나 검도 같은 운동을 배워야 한다며 피아노는 꺼려하는 타입이었다. 그랬는데.. 어느 때와 다름없이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윤기네에 놀러 갔지만 얼마 전부터 그가 다니기 시작한 피아노 학원에 갔다며 만날 수가 없었다. 실망스러움이 가득한 얼굴을 차마 지우지 못한 채 내일 다시 와야지하며 집으로 쓸쓸히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윤기를 만나기 어려웠다. 얼마나 대단한 피아노길래! 그렇게 괜스레 피아노에게 윤기를 빼앗긴 것 같아 그를 따라 덜컥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을 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