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리조인 번외 부제 : 다시 만난 사람 w. 문조 집요하게 자신의 몸을 만지는 손길에 지민이 눈을 떴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방 안에 걸쳐진 천조가리 하나도 없이 알몸인 채로 엎드려 누군가에 손길에 의해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곧이어 항문 주변을 비벼대던 뜨거운 물체가 내벽을 뚫자 고통의 짤막한 신음소리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왔다.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크게 고였다. 얇은 신음소리와 불 화음을 이루며 거세게 흔들리는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만이 맴돌았다. 자신의 입 안을 정신없이 휘젓는 손가락에 의해 줄줄 흐르는 침이 입가의 상처에 닿아 쓰라림에 몸부림을 쳐도 애석하게도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작은 쾌감에 지민은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지민은 알몸인 채로 침대 위에 널브러져있었다. 마치 아무일도..
몽리조인 (夢裏遭人) : "꿈속에서 만났던 사람" w. 문조 온통 다크 블루색으로 감싸 안은 방 안에는 다른 가구들이 없는 까닭일까 창가 아래 새하얀 침대 하나만이 외설적인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 위에 동일한 새하얀 잠옷차림으로 다리를 끌어안으며 멍하니 앉아 있던 지민이 끼익 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자신과 마주 보고 있는 양쪽으로 여는 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 무엇에 이끌리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낡은 침대에서 들리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소름끼친다. 고양이 발걸음처럼 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레 떼며 문 앞에 섰다. 문은 어떤 날카로운 것에 의해 난도질되어 흠집 나있었다. 그 흔한 전등 하나도 없어도 창가의 햇살 때문인지 밝았던 방 안과는 달리 문 밖으로 펼쳐진 복도는 작은 등들이 천장에 일..
[슈짐] rezero w. 문조 몽롱한 입술사이로 비집고 나온 떨림 속에 나온 이름은 뜻밖이었다. "윤기" 꽤나 높은 직급인데도 불구하고 텃새, 권력남용이 없었으며 능력 있고 모두에게 싹싹한 지민과 스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연애 사에 의구심을 품곤 했다. 현재 연애하는지 첫사랑이 누군지, 짝사랑은 해봤는지 혹은 연애해봤는지. 지민의 연애 사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져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웃으며 없다는 듯이 손사레만 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선이 들어오거나 많은 고백들은 거절해오니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겉 표면상에서 돌고 있었지만 그가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둥, 게이라는 둥, 그 안의 이상한 소문에서는 벗어날 순 없었다. 그저 지민에게는 구겨버린 옛 ..
PC방 그 알바생 w. 문조 굉장히 더운 날이었다. 늦은 밤이라 해가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푹푹 찌는 더위에 꽉 조여주던 넥타이를 풀었지만 하얀 와이셔츠가 내 몸에 딱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겨우 손부채질에 의지하며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괜히 눈치 보며 살펴 들어간 곳은 다름 아닌 동네에 흔히 있을 법한 PC방이었다. 나는 인터넷 기사보다는 신문을 좋아했고 컴퓨터 타자기를 두들기는 것보다는 직접 종이에 쓰는 것을 좋아했으며, 게임보다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 문서를 작성할 때 독수리 타법인지라 조금 느린 것일 뿐이지 사용은 하고 있었다. 아무튼 내 인생 그래프에선 신문명과는 약간 뒤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예전과 다름없이 잘만 ..
[국민] 새벽라디오에뛰드 합작W. NANO 차창 너머로 보이는 푸른 빛깔을 띠는 논밭들이 넓게 펼쳐진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내 안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어딘가가 꽉 막힌 듯한 퀴퀴한 연기로 꽉 찬 냉소한 도시와는 달리 손 때가 묻지 않은 무욕함을 뽐내는 맑은 공기가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겼다. * 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나때문이었다. 큰 사고를 당한 이후, 심신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는 판단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에 눈을 떴을 때 내가 있던 곳은 눈을 가린것 마냥 너무나 컴컴해 밤인지 낮인지 구분할 수 없을정도록 모든 빛이 완벽히 차단된 공간이었다. 아무것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에 의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