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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리조인 번외

 

부제 : 다시 만난 사람

 

 

w. 문조

 

 

 

 

 

 집요하게 자신의 몸을 만지는 손길에 지민이 눈을 떴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방 안에 걸쳐진 천조가리 하나도 없이 알몸인 채로 엎드려 누군가에 손길에 의해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곧이어 항문 주변을 비벼대던 뜨거운 물체가 내벽을 뚫자 고통의 짤막한 신음소리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왔다.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크게 고였다. 얇은 신음소리와 불 화음을 이루며 거세게 흔들리는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만이 맴돌았다. 자신의 입 안을 정신없이 휘젓는 손가락에 의해 줄줄 흐르는 침이 입가의 상처에 닿아 쓰라림에 몸부림을 쳐도 애석하게도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작은 쾌감에 지민은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지민은 알몸인 채로 침대 위에 널브러져있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했다. 격한 관계에 기절했던 지민이 정신이 들었는지 몸을 일으켜 세우지만 허리가 뜯어져가는 듯 한 고통스러움에 다시 누워버렸다. 비릿한 정액 냄새와 섞인 담배 냄새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눈앞에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는 지혁의 모습이 아른거리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몸을 잔뜩 웅크려 안아 자신의 몸을 숨기려고 아등바등 거렸지만 소용이 없는 듯 했다. 망할 새끼. 지민이 침대를 여러 번 세게 내리쳤다.

  

  

"거기.. 경찰서죠?..저희 형 고소하려고요."

  

  

 

 

 

**

 

  

  

 3차 회식을 가자는 회사 사람들의 손길을 겨우 뿌리치듯이 도망쳐 나온 석진이 얼마 걷지 않아 사람이 드문 골목길 벽에 기대어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담뱃불을 켰다. 젠장. 더럽게도 많이 먹이네.  메스거리는 속을 담배로 달래는데 바로 옆에 누군가가 석진의 바지춤을 부여잡았다. 놀란 석진이 고개를 홱 돌리니 두 다리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푹 숙이며 앉아있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소년의 존재를 의식하자 풍겨오는 술 냄새에 수그러든 메스꺼움이 다시 역행하는 기분이 드는 석진이었다. 오티 첫 날부터 많이 마셨나. 놀란 가슴을 쓸어 넘기며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쉴 때, 그 소년이 고개를 들어 석진을 바라보았다. 꽤나 예쁘장한 소년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누구한테 맞았는지 시퍼런 큰 멍이 얼굴의 반을 차지했고 입가엔 핏덩어리가 맺혀있었다. 한마디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퉁퉁 부은 눈가가 붉은 것으로 보아 꽤나 울었던 모양이었다. 석진은 괜스레 귀찮아질까 못 본 척 넘어가려고 했지만 소년이 붙잡은 바지자락을 도통 놓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저씨, 저랑 잘래요?"

  

 석진을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이 무척 불안정했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주체하지 못하고 더 이상 울지 않으려는지 아랫입술을 꽉 깨물 뿐이었다. 소년의 예상치도 못한 발언에 입을 떡 벌리며 놀란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는 모습에 소년이 허탈하게 웃는다.  옷자락이 스르륵 제자리로 돌아간다. 얼마나 세게 잡은 것인지 바지자락이 잔뜩 구겨져 있었다. 소년은 한 쪽 손으로 벽을 짚으며 힘겹게 일어났다. 작은 신음소리가 꽤나 아파보였다. 소년은 석진에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그를 지나쳐 골목길을 나섰다. 초점 없는 눈으로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더니 지나가던 한  다른 남자를 소년이 붙잡았다. 소년은 석진에게 했던 말을 또다시 내뱉었다. 잠시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짓던 남자가 소년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소년의 엉덩이에 손을 대며 매끈하게 쓸어 만졌다. 곧 그의 손은 석진에 의해 제지되었지만. 소년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으며 석진이 차가운 표정으로 그 남자를 노려보며 한 글자씩 내뱉었다.

  

 "성, 추, 행, 이, 야. 그, 거."


 불쾌한 표정을 짓던 그 남자는 석진이 핸드폰을 들어보이며 전화하는 시늉을 하자 헐레벌떡 도망갔다. 자신의 품에 안겨 축 늘어져 안겨있는 소년의 양 어깨를 잡고 떼어냈다. 잔뜩 늘어난 티셔츠 목 라인으로 인해 보이는 작은 어깨가 희고 여리기만 했다. 도드라져 보이는 쇄골에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던 석진을 소년이 바라보았다. 그가 꽤나 도담해 보였다.

  

"아저씨."

"아저씨 들을 나이는 아닌데."

"나랑 잘래요?"

"..가자."

  

 아무래도 내가 많이 취한 거 같다.

  

  

  

 막상 소년을 데리고 가까운 모텔에 오긴 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소년을 침대에 앉혀 놓았다. 밝은 곳에서 보니 소년의 모습은 더 엉망진창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모텔 직원의 눈초리가 내심 따가웠었는데. 한숨을 푹 내쉰 석진이 겉옷을 벗어 대충 의자에 걸쳐놓았다. 무엇이라 말할 틈도 없이 소년은 이미 옷을 벗고 있었다. 웃통은 이미 벗어두고 바지 벨트를 풀고 있는 소년에 놀란 석진이 그의 손길을 막았다. 그런 석진을 바라보던 소년이 말했다.

  

"저 왜 데리고 왔어요?"

  

 그의 질문에 석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자기도 모르니까. 그런 석진의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은 지민이 그대로 입술을 밀어붙였다.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다물어져있는 석진의 입술을 열려고 하나 엄전하게 움직였다. 어설픈 입맞춤과 벌벌 떨고 그의 손길이 느껴진다. 석진이 소년의 뒷목을 부여잡고 강하게 밀어붙이며 소년을 뒤로 눕혔다. 열린 입술 사이엔 혀들이 뒤엉켜 있었다. 뜨거운 호흡이 왔다 갔다 하던 중 석진의 입술이 이내 떨어졌다. 


 풀어져있던 소년의 바지 벨트가 잠겨 있었다. 석진을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에는 울먹임이 가득했다.

  
"아저씨 바보네."

"난 그렇게 속물 아니야. 그저 널 돕고 싶었을 뿐이지."

"이름이 뭐에요?"

"김석진이야. 그리고 아저씨 들을 나이는 아니야."
  

석진의 대답에 소년이 얕게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너는 이름이 뭐야?"

".. 박지민이요."

  

  

  

  
 지민이 씻으러 들어가겠다며 욕실에 들어간 지 시간이 한참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씻다 잠든 것은 아닌지 석진이 문을 두들기며 지민의 이름을 불러도 그의 대답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하 씨.

  

"잠시 실례할게."

  

 눈을 질끈 감으며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뜨거운 열기가 먼저 덮쳐왔다. 뿌연 공간에서 물이 가득 찬 욕조 안에 지민이 잠들어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눈물인지 모를 물로 번벅이었다. 좋은 꿈은 꾸고 있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지민의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던 석진이 무심코 내려다본 지민의 알몸을 보자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헛기침을 내뱉으며 얼른 큰 수건으로 그의 몸을 위에 덮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를 들어 올려 안았다. 축 늘어진 팔들이 무거웠다. 혹여 깰까봐 침대에 지민을 조심스럽게 눕혔다. 젖은 그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려니 또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아씨, 모르겠다! 하며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마음속으로 마음심을 세 번 외친 후 다시 떴지만 곧 보이는 지민의 온 몸 이곳저곳에 상처들과 멍들에 숙연해졌다. 석진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지민의 몸을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옷까지 다 입히고 이불을 덮어주자 불안정하던 그의 숨소리가 나름 편안해졌음을 느꼈다. 한 편으로는 침대 끝자락에서 석진은 새빨개진 얼굴을 부여잡고 한숨을 쉬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잠에서 깬 지민이 낯선 새하얀 천장에 벌떡 일어났다. 창가에서 쌀쌀한 바람이 불어 들어와 커튼을 살랑이고 있었다. 코끝을 찌르는 쓴 약 냄새가 병원임을 말해주었다.  한 쪽 팔에는 링거가 꽂혀있었다.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태형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지민에게 다가와 지민의 손을 부여잡았다. 문득 태형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쉬운 마음이 가장 먼저 든 지민이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옆에서 그 날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냐고 일주일동안 연락도 안됐다면서 태형이 조잘조잘 물어보아도 대답하지 못했다. 지민은 이전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기에. 쓸어 넘긴 입술에는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지민의 모습에 석진도 손을 같이 흔들었다. 그 전과 다른 지민의 밝은 모습에 석진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여전히 예쁜 얼굴이었다.

  

-반가워요. 전 박지민이라고 해요.

 

"또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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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편의 처음 시작되는 지민의 꿈 속 형상은 잃어버린 기억이 표현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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