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짐] rezero w. 문조 몽롱한 입술사이로 비집고 나온 떨림 속에 나온 이름은 뜻밖이었다. "윤기" 꽤나 높은 직급인데도 불구하고 텃새, 권력남용이 없었으며 능력 있고 모두에게 싹싹한 지민과 스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연애 사에 의구심을 품곤 했다. 현재 연애하는지 첫사랑이 누군지, 짝사랑은 해봤는지 혹은 연애해봤는지. 지민의 연애 사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져도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웃으며 없다는 듯이 손사레만 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선이 들어오거나 많은 고백들은 거절해오니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겉 표면상에서 돌고 있었지만 그가 남자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둥, 게이라는 둥, 그 안의 이상한 소문에서는 벗어날 순 없었다. 그저 지민에게는 구겨버린 옛 ..
[슙민] 거짓중독 w. NANO 진동이 요란스럽게도 울리는 핸드폰 화면에는 '010'으로 시작한 익숙한 번호가 나를 애타게 찾는다. 저장되어 있지 않아도 그 번호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진절머리나게도 알 수 있어 질린다는 표정이 저절로 지어졌다. 또 시작이야. 침대보에 얼굴을 묻고 베개를 둥글게 말아 양쪽 귀를 막아도 진동과 함께 미미하게 떨리는 느낌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벌써 9통째였다. 번쩍거리는 화면이 거슬려 핸드폰을 뒤집어 버리고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머리를 마구잡이로 흩트리니 한숨이 반사적으로 절로 나왔다. 벽에 덩그러니 걸려있는 시계의 바늘 두 개다 6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까 아침에 저녁 6시에 요리를 배웠다며 집으로 초대하니까 꼭 오라는 신신당부하던 지민의 문자를 받은 기억이 얼..
[슙민] Never Mind화양연화pt2-합작 W. NANO * 작은 숨소리마저 공유했던 남산동의 지하 작업실에서 벗어나 크루 형들과 함께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지도 3년이 지났다. 이름값만큼 겉모습만 번지르르해 보이는 서울은 상상 속의 양지 길이었고 그 시커만 속은 걷기 힘든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였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한 줄로 펼쳐 나열하는 것만큼 서울 상경은 힘들었다. 이곳에서 성공이란 단어는 단지 뭣도 모르는 꿈만 꾸는 자들의 입바른 소리일 뿐이었다. 작은 작업실 하나도 구하기 힘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는 무척이나 적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잔인하게도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한 유일한 길은 좌절감에,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BGM - House Of Cards [슈짐]혼자 살아요 w. NANO 지난여름, 녹아내릴 듯한 쨍한 무더위 속에서 잠깐 동안 스쳐 지나간 차가움의 짜릿함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 한적한 동네가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요란스럽다. 경적소리, 큰 목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들과 묵직한 소리 그리고 시끄러운 기계 소리. 몇 달째 비어있던 윗집에 누군가가 이사를 온다고 들었지만 그게 오늘인지는 전혀 몰랐다. 시끄러운 소음에 잠을 자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일으키는데 기분 나쁜 찝찝함이 훅 치고 들어왔다. 밤새 땀을 흘렸는지 등 뒤를 만져보니 축축했다. 새하얀 침대보 위 누운 흔적이 보이는 곳에는 윤곽으로도 축축하게 젖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난하게 더위가 지나갔던 작년 여름과는 달리 올여름은 작년 몫..